죽음에서 새생명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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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서 새생명으로

1987년도에 친구 안기석 집사님의 인도로 갈릴리교회에 출석하게 된 오빠와 나, 오빠는 갈릴리교회의 첫 세례자요 첫 사망자다.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경향신문 정치부 기자로 장래가 유망하던 오빠가 1988년 불의의 교통사고로 사망하자 고향에서는 큰별이 떨어졌다고 애석해하였다. 고 김대중, 김영삼 전직 두 대통령께서도 조문 오셔서 좋은 후배를 잃었다고 안타까워하셨다.

사랑하는 오빠를 교통사고로 하루아침에 잃고 실의에 빠져 있었지만 1991년도에 늦게 결혼하여 그래도 행복했었다. 그러나 그 행복도 잠시 3개월 후 1992년 구정 때 산소에 다녀오다가 천안에서 대형교통사고로 당했다. 시동생은 그 자리에서, 시모님은 그날 밤 돌아가시고 남편과 막내 시동생은 문이 열리면서 튕겨져 나가 살았다

사고 소식을 듣고 인 목사님과 교우들이 단숨에 내려와 축 늘어져서 죽어가고 있던 나, 곧 죽을 거라고 옆에 밀쳐놓은 나를 젊은 사람부터 살리라며 먼저 응급처치를 하였단다. 그 다음날 뇌를 찍어보니 더 부어있고 두부처럼 되어 뇌 전체가 피멍이 들어있었다. 도저히 살 가망이 없으며 오늘 넘기기 어려우니 준비하라고 했다. 아직 보낼 준비가 안 되었다는 가족들의 탄식과 애절한 눈물에 약하신 하나님은 그날을 넘기고 절망의 끝에서 구해주셨다

다음날 목사님과 두 분 의사 김철환, 홍윤철 집사님이 오셔서 당장 서울 세브란스병원으로 옮기자고 하였다. 앰뷸런스에 함께 타고 계속 산소호흡 시키면서 가족 이상의 사랑으로 돌보아주셨다. 목사님께서는 입원해 있는 동안 1년 넘게 주 1회 매주 오셔서 간절히 기도해주셔서 기적같이 살아났다. 한 성도를 위한 정성과 기도를 쏟아 부었던 목사님의 사랑을 평생 잊지 못 할 것이다.

당시 뇌가 많이 죽었고 갈비뼈는 열두 동강, 오른쪽 다리뼈는 두 동강이 났고, 오른손 작은 뼈들은 깨져 한 덩어리로 엉겨 있었다. 온몸이 성한 곳이 한 군데도 없었다. 목을 수술하여 코로 호흡하고 코줄로 고단백 영양죽 넣어주었다. 그래도 열이 계속 높아 40일 만에 다리 수술을 하고 쇠를 넣었다. 목사님이 중한자실에 있는 나를 보실 때마다 조금만 덜 다쳤어도 하시며 무척이나 안타까워 하셨다고 한다. 5개월 만에 엄마를 알아보았고 1년 지나 앉는 연습, 걷는 연습, 코줄을 빼고 조금씩 음식 먹는 연습을 했다. 그리고 1년4개월 만에 처음으로 그동안 꾸준히 기도해주신 갈릴리식구, 당시 근무하던 한겨레신문 동료들, 친척, 친구들이 수없이 많이 다녀갔고 그분들의 사랑을 통해 주님의 사랑을 깨달았다. 2년간의 입원이 끝나고 퇴원했으나 균형 잡는 뇌가 망가져 수백 번 넘어져 머리를 다쳐 꿰매고 온 몸 여기저기에 퍼런 멍이 떠날 날이 없다. 그러나 살아 있어 감사하고 생명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주셨다.

갈릴리교회에서 20년간 목사님이 기도와 사랑을 가장 많이 받고 있는 나다. 오순절 다락방 사도들의 기도처럼 목사님과 성도들의 기도 때문에 치유와 회복의 은총을 받고 있으며 주일마다 “혜숙씨, 잘 지냈어.” 목사님의 따뜻한 말에 위로받아 활짝 웃는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쓸모없는 나를 살아있게 하신 하나님께 “나를 아는 사람들이 힘들고 어려울 때마다 나를 생각하고 위로받고 힘을 얻을 수 있게 해 주세요.” 하며 감사하고 기도할 뿐이다. 그리고 결혼 전에 1년쯤 피아노 반주를 하였는데 그것마저 안 했다면 나는 갈릴리교회에서 단 한 번도 봉사 못하여 후회했을 것이다.

주님은 내가 가장 약하고 힘들 때 가장 가까이 찾아오셔서 손을 잡아주셨다. 절망 중에 있을 때 믿고 기도할 수 있는 주님이 계셔 견딜 수 있었다. 인간이 얼마나 연약하고 하찮은 존재인지 눈도 하나 깜박이지 못함을 한탄하면서도 불안과 두려움에서 하나님만 믿고 의지할 때 하나님께서는 마음의 평안을 주셨다. 돌아보면 잃은 것도 많지만 주신 것도 많음을 감사한다. 오랫동안 그 많은 시련들을 하나하나 견디게 하시고 아픈 마음을 어루만져주셨고 너무 힘들 땐 주님께서도 나와 함께 아파하시며 나와 함께 우셨을 것이다. 그리고 노후를 편안하게 지내셔야 할 부모님, 15년 전 정년 후 나 때문에 서울로 오셔서 지금까지 손발이 되어 고생하시며 앞으로 계속 힘들 테니 정말 미안하다.

“현재 겪는 고난은 장차 받을 영광에 비교할 수 없음을 알기에 어떠한 상황에서도 감사를 잃지 않는 믿음과 인내를 주옵소서.” 머리 숙여 기도드립니다.

2011년 1월 정혜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