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람바타르 바양노르솜 나무심기를 갔다와서
갈릴리교회 김도임
2년 전, 주일 예배가 끝나고 집에 오신 엄마께서 우리가 생활하면서 발생시키는 이산화탄소의 종류와 그 양에 대하여 말씀하셨다.
어딜가든 보이는 자동차, 비행기, 쓰레기... 심지어는 우리가 생리적 현상으로 뀌는 방귀조차 이산화탄소를 내뿜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이산화탄소는 지구온난화의 주범이며 우리의 체온은 1℃만 올라가도 끙끙 앓는데 이 큰 지구의 기온이 벌써 1℃가까이 올랐다는 비유도 함께 해주셨다.
그때 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그저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는 것 뿐, 그 후로 해마다 몽골에 가서 직접 나무를 심게 될 줄은 몰랐다.
밤 10시가 넘어서 도착한 몽골은 차가운 바람으로 나를 반겨주었다.
공항주변에 개발된 건물들이 몇몇 있었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의 한적한 시골 같았다.
잠은 학교기숙사와 민박, 그리고 게르(Ger)라는 몽골의 전통가옥에서 자게 되었는데 게르는 생각했던 것 보다 꽤 크고 견고해 보였다.
5월인데도 몽골의 밤은 우리나라의 겨울처럼 추웠다.
두툼한 침낭을 준비해 따뜻하게 잘 수 있을거라 믿었던 나는 이를 오들오들 떨며 문 바로 밖에 있던 소 울음소리를 들으면서 잠이 든 적도 있다.
몽골에서의 생활은 불편한 점이 정말 많았다.
물은 수도꼭지 잠갔을 때 물방울 떨어지듯 쫄쫄쫄 하고 나와서 물티슈로 머리를 대충 닦아야 했고, 용변을 보기가 어려워서 꾸욱 참다가 친구와 서로 망을 봐주면서 밖에서 해결한 적도 있다.
또 몽골인들이 주로 물 대신 마신다는 우유 같은 수태차와 양고기를 매일 먹어야 하는 바람에 처음에는 몇 끼를 굶었다.
처음 며칠간은 이런 불편한 점들이 싫었고 빨리 한국에 돌아가고 싶었다.
하지만 한국에서 같이 간 친구들과 언니 오빠들, 몽골 학생들과 함께 나무를 심으면서 하루하루 일정이 재미있고 익숙해져갔다.
나무를 심기 위해 울란바타르에서 버스를 타고 바양노르솜으로 이동할 때는 몽골의 멋진 풍경에 우와~하고 감탄사가 나왔다.
파란 하늘에 뽀얀 구름, 끝이 없을 것 같은 초원 그리고 그 위에 한가로이 거니는 양떼들...
마치 멋있게 깔아놓은 컴퓨터 배경화면을 보는 듯 했다.
원래 '바양노르'라는 말은 '호수가 많다.'는 뜻이라는데 내가 본 땅은 모두 말라있거나 바닥에 약간 물이 고여 있는 정도였다.
1인당 50그루의 나무를 심는 것을 목표로 몇 명씩 조를 나누어 구덩이를
팠는데 1m정도의 깊이를 삽질하기란 결코 쉽지 않았다.
그런데도 몽골 친구들은 능숙한 솜씨로 땅을 푹푹 파 나갔다.
빨갛게 그을린 피부에 희끗희끗 버짐이 피고 찬바람 때문인지 손이 많이 터 있었지만 표정은 매우 밝아보였다.
우리는 하트모양의 구덩이를 파놓고 누가 누구를 좋아한다고 놀리기도 하고 물 긷는 큰 구덩이를 가로지르는 점프 시합도 하고 하루 양의 나무를 다 심은 후에는 말 젖 아이스크림을 먹고 '우웩'거리면서 막 웃었던 기억이 난다.
바양노르솜을 떠날 때는 몽골 친구들에게 직접그린 그림과 사진, '너는 내 베스트 프렌드야'라고 쓴 편지, 또 몽골 돈으로 접은 티셔츠 등을 선물로 받았다.
그 순간 나는 내 자신이 부끄러웠다.
나무를 그 친구들이 더 많이 심은 것도 그렇고 내가 준비해간 기념품을 나누어주기도 전에 장난치듯 다 빼앗아간 남자아이들을 보면서 속으로 언짢게 생각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언어가 달라서 긴 대화는 하지 못했지만 그림으로 그리고 몸으로 표현하면서 상대방의 말뜻을 알기위하여 더욱 집중했던 것 같다. 그러면서 마음이 통하고 친구가 되었다.
집에 돌아와 보니 나도 모르는 사이에 손바닥에는 여기저기 물집이 잡혀있었다.
손바닥 물집 덕분에 칭찬도 많이 받아서 조금 쑥스러웠다.
몽골을 다녀온 후로 나는 여행에서 돌아와 남은 돈은 모두헌금을 한다.내가 비행기를 타고 차를 타면서 아주 많은
를 내뿜게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동안 아까운 줄 모르고 펑펑 써댔던 물도 아껴 쓰기 위해 노력한다.
몽골은 지금 국토의 50%가 사막화가 되었고 90%가 사막화가 될 위기에
처해 있다고 한다.
나는 앞으로도 기회가 된다면 몽골나무심기 행사에 계속 참여하고 싶다.
그리고 우리가 심은 나무가 잘 자라서 울창한 숲을 이루고 말라있던 호수에 맑은 물이 흐르는 꿈을 꾸며 기도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