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7월 5일 주일대표기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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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75일 주일대표기도문(이순희)

 

너는 칼과 창과 단창으로 내게 나아오거니와 나는 만군의 여호와의 이름

곧 네가 모욕하는 이스라엘 군대의 하나님의 이름으로 네게 나아가노라

 

또 여호와의 구원하심이 칼과 창에 있지 아니함을 이 무리에게 알게 하리라

전쟁은 여호와께 속한 것인즉 그가 너희를 우리 손에 넘기시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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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기도 차례가 되면서

제 마음은 자꾸만 졸아들었습니다. 제가 잘 알고 있으면서도 하지 않고 있는 일,

그 일을 하라고, 주님이 제 마음 속에서 계속 재촉하고 계셨으니까요.

 

주님, 저는 알고 있었습니다.

용산철거민 농성 중 사망한 다섯 분의 시신이 다섯 달이 넘도록

장례를 치르지 못하고 병원 냉동고에 보관되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 유가족들과 주민들, 그리고 여러 성직자들이 참사 현장에서 농성을 계속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습니다.

 

주님, 그런데 저는 용산참사 현장에 가서 그분들을 위로해야지 생각만 하고 줄곧 그곳에 가지 않았습니다.

이 일 저 일 바빴거든요. 그 일 말고도 해야 할 일이 많았거든요.

그 일은 내가 아니라도 누군가가 할 일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아이들 학교 시험 중이니 내가 곁을 지켜줘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주님, 주님의 부르심을 외면한 저를 용서하여 주소서.

 

그러다 지난 금요일 한겨레신문 첫 면에 실린 사진을 보고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습니다.

경찰 특공대원들이 크레인에 매달린 컨테이너를 이용해서

망루를 세우고 농성을 하는 사람들을 진압하는 장면이었습니다.

저는 다섯 달 전 용산참사를 담은 장면인 줄로만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서울경찰청장 이하 경찰 간부들이 지켜보고 있는 속에서

경찰특공대원들이 농성 진압훈련을 하는 것이었답니다.

죄 없는 여러 사람이 목숨을 잃은 그 현장과 똑같은 상황을 재연해놓고 말입니다.

주님, 자신이 하는 일을 알지 못하는 저들을 용서하여 주소서.

 

주님, 그 진압 훈련은 어쩌면,

아무리 기다려도 움직일 조짐을 보이지 않는

저를 흔들어 깨우려고 주님이 부러 마련하신 것 아닙니까?

 

그날 저는 부끄러운 마음으로 혼자 용산에 갔습니다.

영정 사진으로 남은 희생자들의 얼굴을 보는데,

이상하게도 슬프지 않았습니다. 눈물도 나지 않았습니다.

가족이 돌아가신 지 165일째 참사 현장을 지키고 있는 검은 상복의 유족들을 보는데,

오히려 제가 위로 받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생명평화미사라는 이름으로

매일같이 유족들과 시민들과 함께 미사를 드리는

성직자분들을 보는데,

주님이 여기 가난하고 약한 자와 함께 하시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그분들의 모습 속에서 당당한 다윗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맨 몸으로, 작은 돌멩이를 든 채 민주주의와 정의가 짓밟히는 것을 막고 선 다윗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자비의 주님,

저희로 하여금 일깨워주소서.

용산 참사가 일어난 지 167, 거의 여섯 달이 다 되도록

그 병원 냉동고에는 우리 모두의 양심이 갇혀 있다는 것을,

이 사회의 민주주의가 갇혀 있다는 것을 일깨워주시고,

저희에게

양심과 민주주의가 활개치며 솟아오를 수 있도록 그 냉동고를 열어젓힐 수 있는 용기과 지혜를 주옵소서.

 

주님, 저희로 하여금 망각하지 않게 하소서.

지금 누리고 있는 민주주의와 넉넉한 생활이 오랜 세월 많은 희생을 바탕으로 한 것이었음을 저희들이 망각하지 않게 하소서.

 

저희로 하여금 외면하지 않게 하소서.

돈과 권력이 마치 철옹성이라도 되는 양 행동하는 자들, 그들이 민주주의의 나무에 도끼질을 해대는 것을 저희들이 외면하지 않게 하소서.

 

저희로 하여금 포기하지 않게 하소서.

저희들이 돈과 권력의 위력에 겁먹지 않게 하소서.

그리하여 생명과 평화를 베푸는 주님의 자녀다운 행동에 나서는 것을 포기하지 않게 하소서.

 

주님,

갈수록 국민들의 소망에서 멀어져가는 정치인들을 붙잡아

겸허한 깨우침을 주소서.

 

갈수록 용기를 잃고 주눅 들어 마땅한 권리조차 포기하고 사는

미련한 저희들을 붙잡아

다윗과 같은 지혜와 용기를 주시옵소서.

 

그리하여 이 위기의 시대를

생명이 빛나고 평화가 무르익는 시대로 바꿔놓는 주님의 참된 자녀로 행동하도록 저희를 늘 채근하여 주시옵소서.

 

우리는 그가 만드신 바라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선한 일을 위하여

지으심을 받은 자니 이 일은 하나님이 전에 예비하사

우리로 그 가운데서 행하게 하려 하심이니라

 

갈릴리교회를 위해서 기도합니다.

주님이 이끄시는 대로 먼 이국땅을 자주 다니시는

목사님의 영혼과 건강을 주님의 은혜로 지켜주소서.

주님이 주신 건강과 재능, 그리고 든든한 믿음으로

각 부서와 봉사부서에서 일하는 각 지체들에게

말씀의 양식과 기도 응답의 은혜를 베풀어주소서.

이 모든 말씀 우리를 죄에서 구원하시려 십자가를 지신

예수님 이름 받들어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