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풍,초 똥, 팔,쌈
글쓴이 :정 철수장로
글쓴날짜:2007.1.24
정해년 새해가 온지가 벌써 한달이 다 되어 가지만 사실, 새해 기분은 구정이 되어야 난다고 본다. 이 기간 동안 아직도 수백만명의 사람들이 탈 도시하느라 고속도로는 몸살을 앓게 된다. 지금은 고향에 부모님
이 안계시니 명절 때 차몰고 고향인 高牙(고아원이아니고 구미시에 속한 지명임)로 가지 않고 추석 전후로 형제 가족들과 추도예배로 대신한다. 예전에는 명절 때마다 꼬박 꼬박 서울서 고아까지 식구 모두( 아내
, 아들 1 그리고 나)가 전쟁에 나가는 것처럼 길을 떠났으니 서울서 고아까지 장장 17~20시간을 가야했으니 보통 일이 아니었다.
요즘은 충청도 처갓집으로 간다. 서해안고속도로로 가면 새벽 시간 이용하면 평상시는 1시간 내로 갈수 있다. 처갓집은 4남 2녀로 우리 집과는 달리 다들 이빨들이 세다. 조잘 조잘,까르르 깔깔~, 먼 할 얘기들이
그리도 많은지 얘기꽃이 그치지 않는다. 장인 어른은 벌써 타계하시고 83살이신 장모님이 계시는데 연세에 비해 보통 근력이 아니시다. 주로 동네 60대 할머니들(소위 영계급이다)과 어울리신다.당진 군에서 장모
님을 모르면 간첩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라 할 정도로 마당 발이시다.
명절에는 추도 예배가 끝나면 장모님의 장기인 윷놀이로 가족들간의 놀이가 시작된다.
그러나 이 윷놀이는 그리 오래 끌지 않는다. 적당한 선(장모님이 큰 판을 잡수시도록 유도한 직후 한,두판 더하고)에서 마무리 한다.
그리고는 마침내 기다리던 게임순서가 왔으니,
이름하야, ‘다함께 고스톱 !!’
미리 서랍 속에 꽁쳐두었던 화투를 꺼집어 내어 1년에 2번 정도 징하게 사용하는 국민 스포츠가 펼쳐진다.
참고로 처남들의 직업을 말하자면 교사가 1명 회사원 1명 농업 1명, 그리고 00님 1분이 계시고 처형의 남편도 교사이다. 다들 교회에 다니기 때문에 입심들이 보통이 아니다.
치다가 설사라도 하면,"아이구 주여!" 하는 소리와 "주여 미씁니다"라는 좀 경건스럽지 못한 용어도 나오는데 이 날만은 하나님도 눈감아 주시리라고 믿는지-아님 하나님의 자녀들이 하도 많이 여기 저기서 고스
톱판을 벌리기 때문에 정신이 없으시다가 믿는지- 게임은 점점 열기를 더해 가는데...
사실 과거 22년간 이 게임에서 보험 회사는 둘째 사위인 내가 항상 도맡다시피 하여 돌아 오는 길에 마누라한테 얼마나 잔소리를 들었는지^*^*^ 사실 나는 고 스톱을 좋아는 하지만 지독히 못치는 축에 들었다.
소위 표정 관리를 못한다. 광 3장이나 초단 3장등 소위 똑똑한 놈 석장을 들면 무조건 "고"를 외치니 결과는 뻔했다.
그러나 지성이면 감천이라 작년부터는 전세가 역전되어 나의 전적은 최소한 본전내지 때로는 왕창 따기도 하였다. 아들 돈을 따 가는 사위를 보는 장모님의 표정을 훔쳐 보았는데 누가 사위 사랑은 장모님이라
했는가? 내가 잃을 때는 흐뭇하신 듯 했는데 내가 딸 때는 걱정되는 기색을 감추시느라 전전 긍긍^.^.^
내가 딴 돈은 처조카들에게 좀 주고 나머지는 모두 장모님께 드렸더니 늘 우리 집 반찬은 장모님이 지금까지 책임지고 계신다. 그것도 무공해 자연 식단으로 ^0^^0^
내가 승리하게 된 비결은 아주 간단하였다.
최선을 다해 치다가, 판에서 먹을 게 없어 낼 차례가 되면,
‘내가 점수 나려고 꼬불치고 있던 가장 귀중히 생각했던 패’를 과감히, 단호하게 내어 던진다는 것...
그랬더니 모르는 사이에 그냥 징허게 거시기 이겨 부렀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그 게임을 끝내고 결심하게 되었다. 이제 새해도 다가오는 데,
새해에는 이 고스톱치는 것과 같이 살아야 겠다,하고...
고스톱을 쳐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역시 고스톱은 뒤집은 패가 잘 맞아야 치는 맛이
나고 신이 난다. 그리고 그것이 판에서 이기게 만드는 주요 원인이기도 하다.
나의 새해도 고스톱으로 치자면, 하루 하루가 패를 뒤집는 과정 일텐데(내일 일은 난 몰라요),
어떤 뒷패가 나오냐는 것은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하나님께서 입에 맞는 찹쌀떡같이 많은 패 몰아오는 좋은 뒷패도 주실 때도 있고,
또 봄에 쑥개떡 먹고 체한 것 같이 생에 도움이 안되는 갑갑한 뒷패를 주실 날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판에 더이상 먹을 것이 없을 때가 올 때, 그 때, 내 입장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패를 ‘과감하고 단호하게’ 희생하면, 자신도 모르게 판이 슬슬 풀려서
결국은 도저히 이길 수 없다고 여겨졌던 판에 승리를 가져오게 된다는 단순하면서도 오묘한 진리!
그 진리를 3년전부터 적용하면서 내 주위사람들의 생이 나로 인해 훈훈해지고 넉넉해지는
그래서 그사람들과 내가 예수님이 자꾸 그리워지는 그런 해가 되도록 애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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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비풍초똥팔삼은 고스톱에서 먹을 게 없을 때, 이 순서로 패를 버려야 득이 된다는 말입니다.
우리 인생의 고스톱에서는:
비. 비가 오나 눈이오나
풍: 풍랑이 와도
초: 초연함과
똥: 똥배짱으로
팔: 팔팔하게 하나님 섬기어 훗날 큰 상꺼리 마련하는
삼: 삼삼한 한 해를 보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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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는 뜻이구요.
고맙습니다. 끝까지 읽어주셔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