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늦은 후회
- 2018년 갈릴리 어르신 야유회
장로님!
그곳에도 오월이 다녀가고 유월이 도착했나요.
진달래 개나리가 피었다 지고 플라타너스 가로수가 푸른 그늘 농사를 짓고 있나요.
지난 오월에는 강화도로 어르신 야유회를 다녀왔습니다.
5월 10일 오전 9시 30분, 도우미 명찰을 목에 두르고 버스에 오르자 저만치 환영처럼 장로님이 앉아 계셨습니다. 살짝 손을 들어 저를 부르셨습니다.
버스가 교회를 출발하여 초지대교를 건널 때 까지 끊어질 듯 이어지는 낮은 음성, 지나온 시간을 들춰보니 후회와 그리움만 가득했습니다.
해마다 오월이 오면
“김시인! 올해 야유회 같이 갈 수 있나요?”
“장로님! 다음 기회에 꼭 가겠습니다.”
그렇게 오월은 자꾸만 다녀가고…
어느 해 오월, 3부 예배 끝나고 엘리베이터 앞에 휘청 서 계신 장로님, 아차! 싶어 얼른 다가가 팔짱을 끼고
“장로님! 이번 야유회 저랑 손잡고 같이 가시는 거죠”
떼를 쓰듯 말씀 드렸지만
“이젠 못 갈 거 같아요. 기운이 없어서”
그게 마지막 대화가 될 줄을 몰랐습니다.
산다는 게 서툴기만 해서 무엇이 우선순위 인지 분간도 못하고 허겁지겁 살아온 날들이 회한으로 젖어드는 오늘 그리움을 옷깃처럼 여미며,
초지진 바람 부는 정상에 서서, 석모도 민머루 해변 떼 지어 날아드는 바다 갈매기들의 군무 앞에 서서, 평화전망대 아득한 북녘 땅을 종일 바라보는 대형 망원경 앞에 서서
갈릴리를 무던히 사랑하시고 우리들 한 사람 한 사람 친자식처럼 보듬어 주셨던 장로님께 마음속 그리움 한 자락 백지로 꺼내 졸시 한편 동봉하여 소식을 띄웁니다.
반송되어 올 주소는 하얗게 비워두겠습니다.
지금은 아득한 / 김남수
저녁놀이 앉았다 가는 그 물가/ 관절이 한 뼘 더 내려앉은 빈 의자가 누군가 흘리고 간 이야기를 껴안고 다독다독 저물어가네/ 물가 버드나무 그늘이 가끔 마을로 내려가 빈집을 데려 오네/ 그늘 아래 벗어놓은 안부를 엮으며 깊어가네/ 찰방찰방 물소리가 저만치 혼자 서 있는 목화밭을 밤마다 다녀오네/ 송이마다 물소리 묻어있네/ 가을이 닫히던 날 물가를 서성거린 사람 뒷모습을 물이랑이 들려주네/ 저녁놀이 앉았다 가는 아득한 그 물가/ 당신은 쉴 만한 물가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