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쪽, 그곳으로 역사순례를 다녀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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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쪽, 그곳으로 역사순례를 다녀오다

노란색 미니버스는 西西로 달렸다

갈릴리공동체 열여섯 명을 싣고,

서쪽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가?

시체를 내다버렸던 시구문이 서쪽이었고 기독교가 서쪽에서 들어왔다는 목사님의 해설을 들으며 생각한다

예수님은 오늘도 눈물과 한숨으로 얼룩진 길을 뚜벅뚜벅 걸어오고 계신걸까?

버스는 어느새 서대문 형무소에 닿는다

서대문형무소 : 열일곱 앳된 소녀가 지하 콘크리트 쪽방 감옥에서 번뜩이는 일제의 칼날에 당당하게 맞서며 독립만세를 부르다 숨져갔다니,

통곡의 미루나무는 그날처럼 침묵으로 우리를 맞는다

조국의 자주독립을 위해, 조국의 민주화를 위해, 생을 마감한 믿음의 선조님을 보내주신 하늘 아버지께 감사 드리며 역사관을 둘러볼 때 66일 현충일, 묵념 싸이렌이 울렸다

대한성공회 서울교구좌성당 (성공회 대성당) : 한국의 전통가옥과 로마네스크 건축양식이 조화를 이룬 오렌지색 아름다운 건물이 도심 한 가운데 서 있다

성당 내부를 돌아보며 탄성이 절로 나온다

11년의 긴 세월을 통해 완성된 제단 모자이크 성화 앞에서, 3대교구장 조마가 신부가 잠들어있는 지하 그를 기념하기 위해 제작한 동판화 앞에서, 6월 민주화 항쟁이 이곳에서 시작되었음을 기념하는 6.10 항쟁 기념비 앞에서, 가장 교회다운 교회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 고민해본다

앞마당 작은 화단에 납작 엎드린 풀꽃들에게도 고개를 숙이고 싶은 하루다

덕수궁 : 월산대군의 집터에서 경운궁으로, 다시 고종의 장수를 비는 선조의 마음을 담은 덕수궁으로 바뀐 사적 제 124

연인들의 이별보다 더 가슴시린 슬픔을 안으로 삭이는 덕수궁 돌담길을 걸으며 젊은 날 함께 걸었던 사람이 이 길 어디쯤 서 있을 것 같아 목을 길게 뽑는다

정동제일감리교회 : 고딕풍 양식의 아담한 붉은 벽돌집, 리모델링 중이라 내부를 돌아볼 수 없는 아쉬움을 뒤로 하고 자그마한 찻집에 든다

언젠가는 세월 따라 우리도 떠나가지만 정동길엔 아직 남아있어요

언덕 밑 눈 덮인 조그만 교회당

이문세의 광화문연가를 혼자 중얼거리며 찻잔을 비운다

돌아보니 담장 위 넝쿨장미가 붉게 타오르는 6월 이었다

南兒須瀆五車書라했던가? 최호득 목사님은 몇 수레의 책을 읽으셨을까?

발길 닿는 곳 마다 감동의 물결로 출러이게하는 해설!


다음 행선지가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