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는 나누는 음악회 -고앵선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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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나누는 음악회

봄 눈 내리는 길 걷는 자 들은 누구든지 달려와서 꿈을 받아라...

희망을 만드는 사람이 되라! ”

3월의 어느 날, 눈 녹아 골짜기 마다 흐르고, 얼어붙었던 땅 속에 새싹이 움트는 그 날에 갈릴리의 희망을 나누는 음악회는 찬양대의 희망을 만드는 사람이 되라는 곡으로 시작 되었다.

그렇게도 길고 길었던 겨울의 끝자락을 접고, 긴 기다림 끝에 만나는 봄처럼 절망 속에 인내하며 기다림 끝에 만나는 희망의 메시지가 간절히 전달되기를 기도하는 마음으로, 지휘자의 손끝을 향한 눈망울들이 초롱초롱 이슬 맺히며, 가슴으로 뜨겁게, 그러나 지나치치 않게 촉촉이 스며드는 봄비처럼 언 땅을 녹이듯 언 마음이 녹아지기를 마음 다해 찬양한다.

사랑의 도시락을 받으시는 분들도 발걸음을 해 주셨고, 이주 노동자들도 한걸음에 달려와 귀를 쫑긋 세우고 있고, 희망공부방의 어린이와 어린이 집의 여러분들 그리고, 주변 이웃들과 구로 구청의 많은 분들이 자리를 함께 해 주셨다.

구로동 척박한 땅!

1964년 조성된 구로공단, 벌써 50년이 훌쩍 너머~

모두가 꿈을 안고 몰려들었던 그곳, 누군가에게는 가족의 꿈이, 누군가에게는 먹고 살아야 한다는 절박한 하루 세끼가, 그들의 청춘을 불사르게 했던 곳, 한 달 고작 하루 이틀을 쉬어가며 매일 10시간 넘게 미싱을 돌리고, “닭장집으로 불리는 월세 3만 원짜리 방 한 칸에 3~4명이 함께 살아내며, 내일을 향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려고 발버둥 쳤던 이 땅 구로동에 첫 삽을 뜬 원로목사님은 공단 근로자들과 같이 근무하며, 노동탄압을 외치고, 민주주의를 위해서는 투옥도 서슴치 않았던 철학으로 척박한 구로동에 갈릴리를 세워, 주일이면 서로서로 손 모아 기도하고 위로하며 헌금의 반을 가난한 이웃과 이주 노동자를 위해 사용하기를 끝까지 고집하며 온 갈릴리의 세월이 30여년!

토요일이면 새벽부터 열심히 사랑의 도시락을 만들고, 아직도 곳곳에 남아있는 닭장집같은 구로동 언덕길을 오르내리며 배달하는 많은 갈릴리 의 사람들은 한 끼의 식사라기보다는 우리의 진정성을 배달하고 싶고, 우리의 따듯함을 나누려고 문을 두드린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기침을 해대는 그 할머니는 오늘도 반갑게 도시락을 받으며 쉰 목소리로 인사를 한다. “ 고마워유~ ” 아주 간신히 들릴락 말락..

목소리 큰 할아버지는 거기 문 앞에 두고 가!” 도시락을 받으신다는 것이 아직 좀 낯선가보다.

허리가 구부정하던 할머니는 오늘은 아예 자리에 누우셨다.

거동이 많이 불편해서 누우신 방바닥 밑으로 손을 넣어보니 싸늘하다.

아직은 봄 눈 내리는 3월인데...

배달하는 이들의 가슴을 내려 앉게 하는 이 많은 사연들로 인하여, 해야 할 일이 더욱 많음을 느끼며,그들의 봉사는 갈릴리의 주춧돌을 더욱 강하게 만들어 간다.

이주노동자 교회 - 낯설고 두려운 한국 땅에서 고국의 가족들을 그리워하며 하루하루 버텨내는 그들의 삶을 어루만져 줄 수 있는 만남의 장소, 그들의 삶을 인도 하시며 그들의 위로자 가 되시는 주님을 만날 수 있는 믿음의 장소, 같이 떠나 왔지만 각 각 다른 일터에서 일하다 주일이면 그들과 만나 고향과 가족들의 얘기를 나눌 수 있는 따듯한 장소, 그 갈릴리의 이주 노동자들은 어느새 믿음이 자라 선교사가 되고, 고국으로 돌아가 또 하나의 갈릴리를 세워가는 커다란 기둥이 되었다.

희망 공부방 방과 후 집 열쇠 줄을 목에 걸고 아파트 계단 끝에 앉아 하염없이 엄마 오기를 기다리는 아이들! 친구들은 영어 학원이다, 피아노 학원이다 정신없이 학원 순례를 하고 있는 사이, 숙제 한 줄 돌 봐 줄 수 없는 그들에게 희망 공부방은 그들의 놀이터이며, 숙제 방이며, 따듯한 돌봄의 방이 되었다. 그들은 분명 이러한 따듯함과 희망을 나눌 줄 아는 사람으로 자라날 것이라는 믿음으로 선생님은 아이들을 포옹 한다.

희망을 나누는 음악회는 그렇게 시작 되었다.

갈릴리교회가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 사랑의 도시락을 받으시는 분들과, 항상 일에 쫓겨 자녀들과 음악회 한번 가지 못하는 희망 공부방 학부형과 자녀들, 희망어린이 집에 자녀를 맡긴 많은 부모들과 그 아이들, 그리고 구로동 주민들을 초대하여. 음악을 통해 희망을 나누고 따듯함을 나누기를 희망하며....

갈릴리 찬양대, 칸타쿰 합창단, 구로소년소녀합창단으로 짜여진 음악회는 갈릴리 찬양대의 희망을 만드는 사람이 되라 라는 곡으로 시작 되었다.

희망을 만들고 싶다면 오늘을 원망하기보다 감사 할 줄 알아야 한다는 정호승시인의 말처럼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는 감사하기보다는 다른 사람의 삶에 나의 삶을 비교하며 분노하고, 시기하며, 억울해 하기에 만 급급했던 것 같다. 그 다음 곡으로 이어진 남촌으로 우리는 희망을 기대 한다. 암울했던 일제 강점기에 희망을 놓지 않으려는 이 가사의 남쪽처럼 따듯함과 꽃들이 피어나는 들녘을 향하여 우리의 희망을 펼치기 위해 달리련다.

희망은 정말 산 넘어 있는 것이겠지?

이어진 칸타쿰 합창단의 시편 43편과 흑인 영가들은 마음속 깊은 곳의 영혼을 흔들어 깨우는 울림들로 다가와 온 몸을 휩쓸고 지나간다.

흑인들의 역사를 어찌 다 말 할 수 있으랴~

그저 음악이 주는 느낌으로 그들의 고통을 조금쯤은 동감하며 감상 할 뿐이지만, 우리 선조들도 36년간 일본의 치하에서 압박과 설움을 받았기에, 역사에 도도하게 흐르는 그 고통과 설움의 흔적들이 내 가슴에 남아 소용돌이치며 달려온다. 흑인들의 고통과 자유를 향한 그리움과, 우리의 고통과 자유를 향한 그리움이 하나가 되어 남촌 어딘가에 있을 그 희망을 향해 달려간다.

절망도 없는, 슬픔도 없는, 그 곳을 향해 달음박질 치고 있다.

예쁜 내 새끼들 같은 구로 소년소녀합창단의 연주가 갑자기 우리로 하여금 생기를 찾게 한다.

새들이 노래하고 쉬어갈 수 있는 큰 참나무가 되겠다는 도토리의 꿈을을 노래 할 때는 마치 도토리가 굴러가 어느새 싹이 나온 것처럼 새 순이 돋아, 순수하고 맑은 우리의 영혼을 일깨운다. 순수한 이 소리, 이 합창, 참으로 오랜만에 내 마음을 울리는 맑고 청아한 음성이기에 나도 모르게 동심으로 돌아가 그들을 마주 보며 마음의 얼굴을 펴고 다가간다.

날개를 펴고 날아오르는 그들의 바람의 멜로디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가는 희망의 메시지로 전해 질 때쯤 어느새 고통과 설움의 흔적들을 지워 버리고 우리도 같이 훨훨 날아 아침이면 붉게 떠오르는 희망의 햇살을 향해 우리 모두 네 시작은 미약 하였으나 네 나중은 심히 창대 하리라” (욥기 8:7) 이 말씀 붙잡고 달려 갈 수 있기를 기도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