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의 편지
-갈릴리교회 인명진 원로 및 공로 목사 추대 감사예배에 부쳐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시여, 당신의 뜻이라면 하늘 끝까지 따르리다.”
목사님
1986년 6월1일 첫 주일예배 때
27명이 모여 함께 부른 ‘군중의 함성’을 기억하십니까?
광야처럼 척박했던 이 땅의 갈릴리에서 첫 예배를 드린 후
하나님의 뜻을 따라 살아오신 28년은 한결같았습니다.
약한 자 힘주시고 강한 자 바르게 하시는 하나님의 예언자로서
탐욕적 우상숭배와 불의의 시대를 꾸짖으시고
이 땅의 가난한 사람들과 이주민들을 온 몸과 마음으로 섬기셨습니다.
갈릴리교회가 하나님의 장막이라면
그 장막을 엮고 있는 씨줄과 날줄은
목사님의 땀과 눈물로 젖어 있습니다.
이마 시린 새벽마다 드리신 기도와
성단 앞에서 전하신 하나님의 말씀은
어린이부터 이주민까지
마음 속의 누룩이 되어 퍼져나가고
구로동에서 머나먼 해외까지
복음의 겨자씨로 뿌려져 자라고 있습니다.
목사님
그동안 심은 나무들로 인해 몽골의 바양노르 호수가 살아나고
그동안 보낸 송아지들로 인해 베트남 시골마을이 활기가 넘치고,
그동안 보낸 한끼 정성으로 북녘의 어린이들이 생기를 찾고,
그동안 섬긴 이주민들로 인해 해외에서 새로운 신앙공동체가 생기고,
그동안 만들고 배달한 사랑의 도시락으로 인해
외로운 이웃들이 웃음을 찾고 있습니다.
목사님
우리들의 고삐 풀린 삶을 내버려두지 않으시고
하나님과의 계약공동체로 이끌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욕심많은 우리는 하나님의 형상을 금송아지에 담아
욕망을 채워주고 성공을 보장하는
내 개인의 수호신으로 삼을 때가 많았습니다.
요구하다가 들어주지 않으면 실망하거나 원망하기만 했습니다.
해마다 하나님과 계약예배를 드리는 것은
우리들의 빗나간 삶의 방향을 잡아주는 나침반이었습니다.
목사님
안식일과 희년의 참된 의미를 일깨워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는 하나님이 주신 생명과 가족과 재산을
내 개인의 소유물로 여겼습니다.
때로는 집착하기도 하고 때로는 낭비하기도 했습니다.
청지기로서 직분을 잊어버리고
때가 되어도 하나님께 돌려주지 않았습니다.
하나님이 창조하신 생명의 세계를 쉬지 않고 파괴하기만 했습니다.
하나님의 것을 훔치고 파괴한 저희들의 죄사함을 위하여
주일예배 때마다 애끓는 심정으로 참회의 기도를 드려주셨습니다.
목사님
교만과 탐욕에 찌든 몸과 마음을 산 제물로 바치는
참된 예배를 드리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람의 기분과 감정을 고조시키는 부흥집회를
은혜 넘치는 예배로 착각할 때가 많았습니다.
고요히 기도드릴 때 들리는
세미한 주님의 음성을 깨닫게 해주셨습니다.
어린이로부터 어르신까지 모두가 참여하는
성찬예식을 통하여 주님 안에서 하나되는
기쁨의 교제를 나누게 해주셨습니다.
목사님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을 섬길 수 있도록 인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기적인 우리의 식탁에는 이 땅에 오신 예수님의 자리가 없었습니다.
가족의 울타리에 갇혀
거리에서 울고 있는 형제들의 모습을 보지 못했습니다.
일찍이 목사님은 나이 어린 노동자들을 섬기는 데 헌신했습니다.
가족과의 단란한 삶도 포기한 채
밥상공동체의 중요성을 일깨워주셨습니다.
목사님
어두운 독재의 시대에,
불의와 부패가 판치는 사회에서
기복신앙과 번영신학이 한국교회의 시야를 가리고 있을 때
광야에서 외치는 소리가 되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권력의 탄압으로 고초를 당하고
교계의 차가운 시선으로 따돌림을 당할 때도
굴복하거나 좌절하지 않고
하나님의 뜻을 분명하게 밝혔습니다.
목사님의 목회지는 전국이었고
목사님의 선교지는 전세계였습니다.
목사님
지난해 6월30일 주일예배 설교를 이렇게 마무리하셨습니다.
“다음 주에는 인명진 모세가 최호득 여호수아를 데리고 하나님 앞으로 나오겠습니다.”
갈릴리식구들이 입으로는 웃음을 지었지만 눈에는 눈물이 고였습니다.
목사님은 조기은퇴하는 심정을
무심한 세월앞에 마치 애인을 뺏기는 기분이라고 하셨지요?
갈릴리식구들은 믿음의 아버지를 잃어버리는 심정이었습니다.
목사님
저희들이 원로 공로 목사님으로 모시는 뜻깊은 이 날
오늘 하루만 할아버지 목사님이라고 부르겠습니다.
내일부터는 다시 우리들의 인명진 목사님이 되어 주십시오.
목사님이 뿌려놓으신 겨자씨가
얼마나 큰 나무로 자라는지 아시잖습니까?
이제 구로동의 갈릴리공동체를 섬기는 일은 마무리하시지만
우리 민족과 지구촌의 생명과 정의와 평화의 행진을 위해
지금까지 해오셨던 것처럼
더 큰 갈릴리공동체를 향해
순례의 길을 떠나야 하지 않습니까?
그 순례의 길을 떠나기 전에
아껴두었던 갈릴리식구들의 함성을 전하겠습니다.
“목사님, 우리들의 인명진 목사님,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