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cafe.daum.net/gibumiraq 2003/03/06
'박기범 이라크 통신'(http://cafe.daum.net/gibumiraq)에서 퍼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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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 제발 전쟁이 나지 않게 해 주세요
2001년 아프가니스탄 전쟁 때
희망

날마다 텔레비전에서 전쟁에 고통받는 사람들을 봅니다. 미국 패거리들이 탈레반을 무너뜨리면서 어제는 칸다하르 난민촌 모습이 처음 보였습니다. 3년째 비 한 방울 내리지 않아 황무지로 바뀌어버린 허허벌판. 천막촌은 끝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전쟁 가운데에 태어난 아기들은 굶주림에 지칠 대로 지쳤고 파편에 맞은 사람은 치료 한 번 받지 못한 채 불구가 되었습니다. 칸다하르의 난민은 10만 명. 날마다 100여 명씩 몰려들고 있지만 천막조차 모자라 겨울을 날 일이 걱정입니다. 파키스탄으로 빠져나가려는 난민들은 날마다 국경수비대원들에게 매질을 당합니다. 돌에 맞아 얼굴에 피를 흘리는 어머니가 젖먹이를 안고 있습니다. 어머니는 피범벅이 되어서도 울지 않았습니다. 품에 안긴 아기만 얼굴이 터질 듯 울어대었습니다.
여러 선생님들의 지혜를 모아 <어린이와 평화> 운동을 벌인지 이제 한 달이 조금 넘고 있습니다. 한 뜻으로 성명 발표를 했고, 어린이들과 함께 서명 운동을 하며 평화 기금을 모으고 있습니다. 한 달 남짓 동안 천 명이 넘는 어린이들과 오 백 명 가까운 어른들이 서명을 했습니다. 하지만 어제처럼 텔레비전에서 피 흘리는 사람, 우는 아기들을 볼 때면 이렇게 하는 것이 무슨 소용인가, 겨우 이것밖에 할 수 없는가 하는 마음에 한없이 세상만 원망스럽습니다.
그러다가도 아이들이 놓고 간 글을 하나하나 읽으며 이 마음들이 얼마나 소중한가 생각합니다. 많은 교실 아이들이 선생님과 함께 전쟁을 이야기했고, 전쟁의 아픔을 마음으로 느꼈습니다. 아이들은 목숨을 앗는 일에 아파했고, 저 너머 고통스런 아이들과 동무가 되었습니다. 아이들이 희망인 것을 배웁니다.
29. 총에 맞아 죽으면 안돼요
부시 대통령께
제발 아프가니스탄을 부수지 마세요. 부수고 싶으면 빈 라덴 백성들한테 벌을 주세요. 텔레비전에서 봤어요. 대여섯 살 되는 어린이가 집 창문 아래에서 기대 있었어요. 파리가 아무데나 붙어 있어요. 계단처럼 뼈가 다 나왔어요. 힘이 없어서 달아날 수도 없어요. 그 백성들 총에 맞아 죽을 수도 있어요. 오사나 빈 라덴이 죄인이 아닐 수도 있어요. (고산초등 1학년 박상원 2001. 10. 19)
60. 전쟁은 아주 나쁘다
전쟁은 아주 나쁘고 사람들이 죽는다. 사람들이 죽으면 식구들이 슬퍼한다. 탱크, 젯트기가 집도 망가뜨린다. 전쟁하는 날이 없으면 좋겠다. 나라마다 다 친하게 지내고 싶다. (삼송초등 2학년 이종훈 2001. 10. 18)
72. 내가 지금 아프가니스탄에 살고있다면......
아마 우리 엄마, 아빠는 미국이 쏜 폭탄에 맞아서 죽었을지도 몰라요. 아마 내 동생 준표는 배가 고프다고 울고있을지도 몰라요. 그래서 나는 너무 화가 나서 총을 들고 미국에게 복수하러 가고 있을 것 같아요. 나는 전쟁이 싫어요. (홍인표 광명 광성초등 3학년 2001. 10. 19)
79. 친구들에게
애들아 안녕 나 미지데. 애들아 아프지 말고 엄마 아빠도 죽지 말아요. 그리고 씩씩하고 건강해 꼭 알았지. 그리고요 난 죽기가 실어요. 전쟁도 생기기가 실어요. 그리고 총도 싸지 않았스면 좋겟어요. 그리고 애들아 니네들도 절대로 죽으면 불상해요. 먹을겄도 업으면 굴머죽어요. 밥도 잘 먹고 씩씩하고 건강해. (부천 중원초등 1학년 전미지 2001. 10. 19)
101. 평화를 꿈꿔요
저희반 아이들은 전쟁에 대하여 토론을 하였습니다. 저희반 아이들은 오락같은 전쟁게임을 안하기로 선생님과 약속을 하였습니다. 제발 전쟁에 아프가니스탄 아이들이 죽지 않게 전쟁을 멈춰 주세요. (강동초등 4학년 김승연 2001. 10. 20)
183. 전쟁은 싫어
전쟁은 나빠요. 엄마 아빠 친구들도 볼 수 없게 만들어요. 집이 부서지면 잠잘 곳도 없어요. 먹을 것도 없어져요. 그리고 다리가 부러져서 움직이지도 못해요. 손이 부러지면 무엇 무엇을 잡지도 못하고. 아주 피해를 입고 죽을 수도 있어요. 우리들한테는 싸우지 말라고 하면서. 왜? 싸우는 건가요. 제발 전쟁을 하지 마세요. 형제는 형제끼리 싸우지 마세요. 북한하고 남한도 화해 하구요. 미국하고 아프가니스탄도 서로 "미안해. 이제 사이좋게 지내자" 하고 말하세요.(정암초등 1학년 정창화 2001. 10. 22)
정의와 용서

때로는 아이들이 쓴 의견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특히 높은 학년 어린이들은 선생님의 설명이나 여기저기에서 들은 말로 어른들을 흉내 내어 따지려 하는 것도 같아요. 그 가운데에는 마치 정답을 쫓아 전쟁이 나쁘다 하는 말을 쓴 것은 아닐까 했어요. 그런 가운데 아이들도 미국의 잘못을 바로 보았고, 미국의 '정의'가 거짓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아이들은 왜 증거도 없이 아프간 사람들을 죽이냐고, 왜 죄 없는 사람들을 죽이냐고 따지며 물었습니다. 그리고 나중에는 '사고를 낸 사람들만 잡아서 죽여라', '아프가니스탄 이겨라', '나쁜 미국은 망해라' 하는 말까지 나아갔습니다.
물론 힘센 나라 미국이 저질러 온 잘못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의 글 앞에서 불안한 마음이 컸습니다. 증거가 있으면 전쟁을 해야 한다고 하는 말일까 싶어 겁이 났어요. 죄가 있으면 죽여야 한다는 말일까 봐 무서웠고요. 미국이 망하고, 미국 대통령이 죽어야 한다는 말에 섬뜩했습니다. 어쩌면 '정의'를 바로 알게끔 말해주는 사이에 '평화'와 '용서'의 마음을 빠뜨리고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옳고 그름을 가리는 어떤 것보다 가장 정의로운 것은 목숨을 귀하게 여기는 데에 있다는 것을 말이에요.
그런데 더 어린 동생들은 어른들처럼 어느 편이 잘못했는지를 따져 묻지 않았습니다. 누나, 형들처럼 섣부르게 정의를 이야기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우리들은 모두 머리로만 따지고, 배우느라 용서를 잃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걸 아직 잃지 않은 더 어린 아이들의 이야기에 정의와 용서가 함께 있으니까요.
276. 전쟁은 폭탄
전쟁은 나빠요. 전쟁은 폭탄이나 마찬가지니까요. 전쟁하면 사람들이 다쳐요. 저는 싸우는 게 싫어요. 저도 친구 때문에 화나면 싸우지 않고 하지 말라고 말로 해요. (광주 월계 초등학교 1학년 임지선 2001. 10. 23)
465. 전쟁은 싫어
빈라덴이 아무리 나쁘더라도 전쟁을 안하였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빈 라덴이 나쁜짓을 안 하였으면 좋겠어요. (창원 남산초등 2학년 김현서 2001. 10. 29)
498. 왜 전쟁을 할까
전쟁을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왜 테러를 하는지 모르겠고 왜 서로를 죽이려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말로 푸는 방법이 더 낫지 않을까? (광명 광성초등 2학년 강예린 2001. 10. 31)
592. 전쟁은 싫어요
어른들은 참 이상하다. 왜 전쟁을 하고 사람들을 죽이고 사이도 나빠지게 할까? 나는 어른들이 우리들처럼 싸우지 않고 사이좋게 지냈으면 좋겠다. (청도초등 1학년 박보름 2001. 11. 2)
718. 저는 전쟁이 싫어요
저는 전쟁이 싫어요. 저거가 공격한다고 우리가 공격하면 우리가 더 나빠요. 말로 물어보고 전쟁을 그만했으면 좋겠어요. 사람들이 죽잖아요. (밀양 밀주초등 2학년 이창민 2001. 11. 10)
평화

우리 이 일은 서명 한 번이나 성명 발표 한 번으로 그칠 일이 아니라고 했어요. 정말 이 전쟁을 지나면서 다시금 우리를 돌아보는 운동이 되기를 바랬습니다.
내가 조금 덜 가질 때에, 내가 조금 더 불편할 때에, 내가 혼자 가질 것을 더 여럿과 함께 나눌 수 있을 때에, 더 많은 이들 더불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거라는 걸. 그렇게 우리 몸의 일상을 되돌려 가기를 말이에요. 우리 아이들하고도 함께.
"전쟁은 싫어요" 하고 말하는 것은 쉬워도 내가 과자 사먹을 값을 아껴 아프간에서 굶주린 어린이들에게 보내 주기는 쉽지 않잖아요? 내 스스로 함께 아픈 마음 들어, 내 스스로 군것질을 참고, 더 어려운 이웃에게 나누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가꾸는 일. 그것이 정말 우리 아이들하고 가꾸어 갈 평화 운동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것이 바로 '평화'니, '사랑'이니, '싸우지 않는 것'이니, '전쟁을 않는 것'이니 하는 관념의 알맹이이고, 씨앗일 것입니다.
그래서 <어린이와 평화>에서는 서명 운동과 함께 평화 기금을 모으고 있어요. 그런데 실은 아직 그렇게 많은 분들이 직접 은행을 찾지는 않아요. 물론 큰 돈을 보태어 주시는 분들도 있고, 모둠으로 작은 돈을 모아서 보내오는 고마운 일들은 많이만 말이에요.
며칠 전에는 평화 기금 모으는 일을 맡아 하는 심명숙 선생님께 편지가 왔습니다. 기찻길 옆 공부방에서 26만9천6백4십 원이나 모아서 보내어 주었다고 했어요. 인천 만석동에 있는 기찻길 옆 공부방 아이들은 누구보다 더 어렵게 살고 있는 아이들, 여느 아이들보다 더 누리지 못하는 아이들이에요. 그 아이들이 없는 돈을 아끼고, 쪼개어 모은 돈입니다. 여느 아이들처럼 성금 값이라고 해서 부모님께 손 벌려 쉽게 모은 돈 아닐 거예요. 정말 아이들이 먹고픈 것 참고, 사고 싶은 것 참아가면서 그 아이들 마음에 차 오르는 따뜻한 눈물로 모은 돈일 거예요. 아마 그 아이들은 용돈을 아껴 모아오면서 꼭 사고 싶거나 쓰려고 마음 먹은 곳이 있었을 거예요. 아이들 해맑은 얼굴, 그리고 그 조그만 아이들의 가슴 속 따스함이 얼마나 큰 감동인지 모릅니다. 부끄럽게 하고, 뒤돌아보게 하고, 힘을 내게 하였습니다.
만석동 아이들은 평화가 더불어 사는 것, 함께 행복해지는 일이라고 가르쳐 주었습니다. 내게 소중한 것을 더 많은 이들을 위해 나누는 것이라고 가르쳐 주었습니다.
내 몸 스스로 덜 갖고, 덜 누리는 삶으로 기꺼이 되돌아가는 일. 그것이 바로 우리가 아이들과 함께 가꾸어 갈 평화 운동입니다. 그렇게 내가 덜 누리며 살 때에 비로소 동무들 사이, 사람들 사이, 나라들 사이, 사람과 짐승 사이, 사람과 풀벌레 사이의 평화를 지킬 수 있을 거예요.
기도

이제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을 거의 다 무너뜨렸습니다. 그리고 지금 막 들어오는 인터넷 소식은 미국이 또다른 나라한테까지 전쟁을 넓히려 한다고 합니다. 그 동안 저희 나라 말을 안 들어 온 이라크를 가리키고 있어요. 미국은 지난 1991년에도 이라크에 전쟁을 벌여 이십 오만 명이나 되는 사람들을 죽게 했어요. 그 때에도 미국 쪽 나라들은 온갖 나라 살림까지 다 망쳐놓았습니다. 게다가 전쟁 뒤에도 나라 경제를 괴롭혀 지금껏 백 오십 만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병과 굶주림으로 죽게 만들었어요. 달마다 아이들이 사천 오 백 명이나 죽고 있습니다.
이 미친 듯한 전쟁은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사람들을 죽게 할까요? 얼마나 더 이 세상을 망가뜨릴까요?
아래에 가난하고 아픔 많은 아이들의 기도가 있습니다. 방배 까리따스 사회 복지관 '날적이 교실'에서 보내어 온 글이에요. 이 아이들과 함께 어서 전쟁이 끝나기를 기도합니다.
67. 하느님한테 기도
하느님 전쟁을 하지 않게 해 주세요. 그리고 미국하고도 친해질 수 있나요? 어떤 나라도요 굶어죽고 뼈가 튀어 나왔대요. 전쟁을 계속 해주지 않게 해주세요. 그게 소원이에요. 그러니까 싸우지 않게 해주세요. 왜냐하면 전쟁을 하면 가족들을 잃어버릴 수도 있으니까요. 내 친구들이 굶어죽고 그래서 불쌍해요. 그 가족들은 어디 있을까 궁금해요. 전쟁을 해주지 않게 해주세요. (사당초등 2학년 전혜영 2001. 10. 26)
68. 기도
하느님, 아프간 친구들이 굶어죽지 않게 해 주세요 또 병들지 않고 고아 친구들이 생기지 않게 해 주세요. 친구들은 피부 모든 것이 다르지만 우리같은 친구예요. 그리고 전쟁이 나지 않게 해 주세요. 전쟁이 계속 나면 친구들이 더 아프고 병이 더 심해가고 또 많은 친구들이 죽어가요. 하느님 제발 전쟁이 나지 않게 해 주세요. (사당초등 2학년 이정욱 2001. 10. 26)
-박기범, 하나님 제발 전쟁이 나지 않게 해 주세요《우리말과 삶을 가꾸는 글쓰기》200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