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 큰 어른들의 자취가 생각납니다.

신고
아버님




산처럼 묵묵히

강물처럼 한결같이

느티나무처럼 듬직하게

蘭 향기처럼 은근하게




잘 익은 포도주처럼

서리맞은 홍시처럼

갓 구워낸 빵처럼

투박한 뚝배기에서 끓는 청국장처럼




50년을 살면서 한번도 큰 소리 내지 않은 남편으로

40년을 이마에 깊은 주름이 패이기까지 아이들을 사랑하는 선생님으로

70년을 평생 가난한 농촌 사람들과 교회를 섬기는 예수의 제자로


그렇게

아름답게

人生의 맛과 향기를 전하며

살아가신

아버님.




1997.5 어버이날에

큰 아들이 드립니다.



* 아버님 사진을 정리하다가 전에 제가 드렸던 글을 발견했습니다. 그리고최근 노무현 씨가 대통령 선거에 당선된 후 이제 새로운 세대,  젊은 세대가 주인되는 세상이 되어야한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던 것이 생각났습니다. 이제 우리처럼 늙은 사람들이 무슨 소용이 있냐는 나이드신 어른들의 자괴감 섞인 탄식도 몇 번 들었던 기억이 났습니다. 지난 주에는 공식적인 자리이고 은퇴한 어른들이 계신 자리였는데 그 자리에서 더 이상 나이드신 분이 이렇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면 우리 단체는 퇴보할 수 밖에 없다는 소리까지 들었습니다.

  하지만 어른들이 그동안 흘렸던 땀과 눈물, 그리고 그 분들의 삶의 경험과 지혜야말로 젊은 사람의 기발한 아이디어와 폭발하는 열정 이상으로 소중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이 분들의 소중한 가치를 하찮은 것으로 여기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2003년에는 신구의 절묘한 조화가 아름답게 빛나는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합니다.